O - 납치당한 주의력을 되찾아 분별력을 키우는 법

Summary

상황의 핵심을 파악하는 분별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명상과 같은 주의조절 훈련이 도움이 된다. 생각이나 감정에 매몰되더라도 다시금 현재 순간에 주의의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주의조절의 유연함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중요해서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되는 역설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망각입니다. 즉 지엽적인 부분은 기억에 잠시 묻어두고 핵심적인 부분에 주의의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1][2] 핵심이 선명하다면 추후 지엽적인 부분을 인출하는 것도 더 수월하고요.

중요한 정보라 여기고 웹클리핑해두었던 자료들이 쓸모 없는 디지털 쓰레기로 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폴더별, 파일명 조직화를 잘 해두었다 하더라도 말이죠. 주기적으로 분류하고 버리고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모든 정보의 의미가 금세 퇴색합니다.

제임스 클리어가 말하는 최고의 생산성도 중요하지 않은 일을 목록에서 없애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일에까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죠.[3] 버리고 줄여야 원하는 바가 명확해지고[4] 그만큼 우선순위의 상위에 있는 중요한 일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학습, 지식관리, 생산성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현재 중요한 부분에 주의의 초점을 맞추고 지엽적인 것은 솎아내는 것의 중요성이 언급되지만, 쉽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너무 욕심이 많아서일까요.

주의조절을 어렵게 하는 3가지 요인

지속되는 스트레스와 좋지 않은 기분,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주의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특히 현 상황의 핵심적인 부분에 주의를 맞출 수 없게 합니다. 주의의 초점이 과거나 미래에 주로 맞춰짐으로써 현재를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5]

기후변화, 팬데믹,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 악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미래 예측 일부를 옮겨 옵니다.

다가올 수십 년 동안에는 기술적 파괴와 생태학적 붕괴가 합쳐져서 젊은 세대는 현상 유지만 할 수 있어도 다행일지 모른다.[6]

현 시대가 과거보다 더 암울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정치, 경제, 과학 전반에서 너무 빠른 변화가 발생하고 있고, 낙관적인 예측보다는 위 인용구처럼 비관적인 예측이 조금 더 힘을 얻는 이런 상황에서, 목적 없이 SNS 피드의 스크롤을 내리지 않으면서 주의의 초점을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자연스레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겠고요.

불운의 연속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 4살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포함하여 동네 어린이집 연합 운동회가 있었습니다. 아빠들 줄다리기 시간이 있었고, 저도 참여했죠. 첫 판은 저희 팀이 졌고, 둘째 판은 팽팽한 힘겨루기가 지속되다가 굵은 로프가 끊어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제 옆에서 줄을 당기던 아빠의 팔이 제 턱을 쳤고 탄내가 날 정도로 오른쪽 윗니와 아랫니가 세개 부딪혔습니다.

주말은 그냥 보내고 월요일에 치과를 갈 생각인데, 별로 가고 싶지 않았던 운동회에 의무적으로 참여하여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 '참을 수가 없는데' 행여 이 고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갈까봐 불안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내담자(고객)의 노쇼로 왕복 세 시간 거리를 허탈하게 돌아오기까지 해야 한 오늘, 억세게 운이 안 좋은 날입니다.

받아들임으로써 주의조절

마음이 불안정하여 집에 도착하자마자 명상을 15분 정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두렵거나 불안하고 슬프거나 분노에 휩싸여 혼란스러울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감정과 씨름하게 된다. ‘난 이런 감정을 원하는 게 아니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왜 이런 일이 또 일어나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마음고생까지 해야 한다니, 공평하지 않아!’ 이럴 때 받아들임이란 벌어진 상황과 씨름하는 것을 중단하고 있는 그대로 잠시 내버려두는 것이다. - < 불안을 치유하는 마음챙김 명상법 > 중에서

왜 이런 일이 내게만 일어나는 것일까 생각하면 기분은 더 안 좋아집니다. 기분이 안 좋아지면 그런 상태 자체가 이차적으로 더 안 좋은 기분을 낳죠. 그런 선택을 한 (과거의) 자신을 누구보다 매섭게 비판하기도 쉽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미래에 또 다른 안 좋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 쉽고요.

주의의 초점이 과거와 미래를 바쁘게 오가지만 현재는 없습니다. 더욱이 기분은 점점 안 좋아집니다.

해법 중 하나는 생각과 감정을 흘러가는 구름 같은 것으로 여기면서 거기 매몰되지 않는 것입니다.[7] 매몰되더라도 호흡이나 신체 감각처럼 실체를 지닌 무엇으로 부드럽게 다시 주의를 가져옴으로써 현 순간에 머무는 것입니다.

명상을 한 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조금 생겼고, 평소보다 예민한 느낌이 여전히 있었지만 명상 전보다는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 대한 부정적 판단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은 수월해진 느낌입니다.

주의조절 훈련을 통해 향상되는 분별력

진흙탕 같은 마음에서는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이 어려운바, 상황의 핵심을 파악한다거나 현 상황에 적절한 행동의 우선순위를 가늠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스트레스, 안 좋은 기분 상태, 불안정감/위협감을 경험하며 주의가 과거와 미래를 산만하게 오가기 쉬운 우리 세대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생각과 감정을 흘러가는 구름처럼 바라보며 거기 매몰되지 않는 동시에 반복적으로 주의를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오는 주의조절 훈련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명상이겠고요.

생각과 감정 모두 중요하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보다 적응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도 소중합니다. 미래에 주로 주의의 초점이 가 있을 때가 많은 자신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8]

하지만 그것보다 더 핵심적인 나라는 존재는 생각과 감정이라는 구름이 흐르는 하늘 같은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조금 덜 혼탁한 마음으로 상황의 핵심과 우선순위에 대한 분별 있는 판단을 가능케 하는 주의조절[9]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P - 기억하기 위해서는 지엽적인 부분은 잊을 수 있어야 한다 ↩︎

  2. P - 정보가 쌓여갈수록 핵심만 남기고 지우는 과정이 중요 ↩︎

  3. P - 최고의 생산성은 쓸데없는 일을 줄이는 것 ↩︎

  4. O - 단출한 삶의 이점_유연함과 명확함 ↩︎

  5. P - 현 순간에 주의를 맞출 수 없게 하는 정신적 시간 여행 ↩︎

  6. P - 기술적 파괴와 생태학적 붕괴의 암울한 전망 ↩︎

  7. 구름 비유는 불안을 치유하는 마음챙김 명상법 334-335쪽에 나오기도 하지만 ACT에서는 흔한 비유라 티스토리 및 브런치 발행한 글에서는 따로 각주를 달지 않음. ↩︎

  8. O - The ‘purposive’ man - 현재를 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변명 ↩︎

  9. P - 삶을 충실히 살기 위한 주의조절 ↩︎